입사 7개월 차 신입 직장인 K씨. 살벌한 취업 경쟁률을 뚫고 졸업하기도 전에 대기업 입사가 확정된 그는 주변의 축하 속에서 직장생활의 첫 단추를 꼈다. 설레임 속에 내디뎠던 회사 출입문을 한숨 쉬며 들어선 지 한 달째. 회사 생활은 뭐가 이렇게 어렵고 힘든 건지…첫 단추를 잘못 낀 건가? 더 늦기 전에 이직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고민들이 비단 K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1

취업포털 커리어(www.career.co.kr)가 입사 2년 미만 신입 직장인 3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첫 직장 입사 후 평균 2.6개월부터 불만이 생긴 것으로 조사됐다. ‘입사 1개월 이내’라는 응답이 28.3%로 가장 높았고, ‘입사 6개월 이후’ 20.7%, ‘입사 1~2개월’ 15.1%, ‘입사 2~3개월’ 14.8% 이내에 불만이 생겼다고 한다.

이런 불만들 때문에 입사 1년 이내에 이직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전체 설문 대상자 중 75%에 달했다고 하니 대다수의 신입 직장인들이 첫 직장에서 회사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이직에 대한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신입 직장인들의 불만 이유를 들어보니 52.6%가 ‘급여 및 복지’를 꼽았다. 이외에는 ‘상사 및 동료와의 문제’ 20.4%, ‘업무 부적응’ 15.1%, ‘야근 및 업무 강도’ 7.2%, ‘출퇴근 거리’ 4.3% 등이었다. 불만을 느끼는 몇 가지 이유를 한번 자세히 들여다 보자.

급여 및 복지

국내 중견 전자 부품회사에 입사한 L씨. 대기업 입사를 희망했으나 결국 모두 서류 탈락을 하고 차선으로 선택해 입사한 곳이 지금 다니는 회사였다. L씨의 연봉은 다니고 싶던 대기업들보다 천 만원 정도가 낮은 수준이었다. L씨가 느끼는 회사 생활의 불만들은 사실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도 비슷하게 느끼는 부분들이었지만, 거기에 항상 추가로 따라 붙는 것은 ‘월급도 적게 주면서…’였다.

급여는 정해져 있고 다음 연봉 협상 때까지는 바뀌지 않는 부분이다. 도저히 현재 급여를 받아들일 수가 없어 작은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이 폭발할 정도라면, 바뀌지 않는 부분 때문에 나의 회사 생활을 부정적인 생각들로 채우기 보다는 그냥 급여가 더 높은 기업으로 빨리 이직을 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3

복지 부분 역시 운동, 어학, 의료 등 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면 당연히 좋은 일이겠으나, 대부분 회사의 복지 제도가 없을 때에도 어느 정도 충분히 자비로 해결하거나 투자했던 부분이 아닐까? 비교하면 끝이 없다. 더 나은 조건의 기업으로 이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바뀔 수 없는 부분은 받아들이고, 성실하게 본인의 업무나 다른 부분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쏟는 것이 훨씬 본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업무 부적응

얼마 전 모 기자의 책을 보니 사람들과 어울리고 이야기는 것은 성향에 안 맞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좋아 대학 졸업 후 실컷 글만 쓰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잡지사 기자를 선택했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고 보니 그 어느 직업보다 더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얘기를 나누어야 하는 일이라 적응하는 데 한참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길고 긴 사회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고 계속 나를 따라다니는 것이 처음 선택한 ‘업무’다. ‘마케팅’이면 입사하자마자 한 기업의 전략과 성패를 좌우하는 능동적인 업무에 뛰어들거라 생각하거나, ‘인사’라면 기업의 소중한 자산인 직원들을 위해 당장 뭔가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입사 후 실망하고 방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조직이 클수록 해당 업무는 굉장히 세분화되고 신입사원은 그 중에서도 문서 작업이나 지원 업무를 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입사 후 몇 년은 생각보다 지루하고 단순한 업무를 맡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면 본인이 꿈꿔왔던 업무에 가까워질 수는 있으니 단순히 지금 본인의 업무에 실망하기 보다 맡은 업무를 제대로 숙지하고, 회사와 부서의 업무에 대해 열심히 배우는 것이 좋다.

4

대신, 관심 있던 업무가 아닌 전혀 다른 업무로 배치됐다면 경력이 쌓인 후 업무 전환이 힘들 수 있으므로, 담당하게 된 업무를 오랜 기간 해볼 생각이 있는 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요즘에는 졸업 전 인턴 기회도 많고, 또 기업들의 세부 직무에 대해 알 수 있는 기사나 자료, 교육들도 많이 있으니 가고 싶은 회사의 간판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심 직무에 대해 미리 잘 파악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야근 및 업무 강도

‘칼퇴근’을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물론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들이 더 많은 현실이다. 너무 칼퇴근을 못하는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그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다만, 매일 같이 업무 강도도 높고 자정을 넘겨 퇴근해야 하는 등의 환경이라면, 심신의 건강이 그런 환경을 감당할 정도가 되는 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것.

일전에 모 증권사 인사 담당자와 이갸기를 나누다 보니, 부서 내 업무가 너무 많아서 몇 달 째 매일같이 자정을 넘기며 일하고 있는데, 4명의 부서원 중 3명이 한번씩 병원에 실려갔고 본인만 아직 병원에 실려가지 않았다고 했다 (참고로, 그 인사담당자는 ‘한 덩치’하는 아주 건장한 남자분이었다). 하지만 영양제 한번 먹어본 적 없던 자신도 최근에는 한계를 느끼고 있어, 이제는 책상에 각종 영양제와 건강 식품을 구비하며 버티고 있다고 했다.

2

모 기업 임원분의 얘기로는 입사 후 10년은 매일 같이 자정을 넘겨 퇴근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마흔을 넘기니 그 때의 여파가 한꺼번에 밀려와 크고 작은 병들로 계속 고생해 왔다고 한다. 아무리 화려한 간판에 급여를 많이 주는 기업이라고 해도, 나의 건강이나 삶과 바꿀 만큼은 아닐 것이다.

출퇴근 거리

사실 불만 이유 중 ‘출퇴근 거리’ 등은 ‘급여’와 마찬가지로 입사 전 이미 결정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애초에 ‘아무래도 출퇴근 거리가 너무 무리가 될 것 같은데.’ 라고 생각이 된다면 입사를 결정하지 않는 것이 낫다. 사실 요즘같은 상황이라면 어디든 취업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집과 회사가 왕복 3시간 반~4시간 이상이 걸리는 상황이라면 체력적으로도 지치기 쉽고 또 퇴근 후 여가생활도 누리기 어렵다. 안 그래도 힘들 회사생활을 버틸 수 있는 여지가 남기 힘들 것이다.

5

오늘도 수많은 신입 직장인들이 여러 고민을 안고 직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직장도 있지만, 그런 곳은 수많은 직장 중 극소수다.

내가 다니는 직장은 다 힘들어 보이고 내 친구의 직장은 좋아 보여도, 속을 들여다 보면 또 다른 고민들이 있을 것이다. 사실 15년 넘게 여러 직장에서 근무해 본 선배의 입장에서 한마디를 한다면, ‘그 어느 곳도 모든 것이 좋기만 한 곳은 없었다’.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기보다는 진지하게 나의 고민들을 다시 들여다 보았으면 한다. 그 고민의 무게가 위에서 다룬 경우들 중 어디쯤에 해당할 지 생각해 보고, 내일은 조금 더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