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배달하는 회사’ 자포스 이야기

기업에게 있어 브랜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폭넓은 대중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유통기업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흥미로운 점은, 지금은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이 불과 50여년 전과 비교해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몇몇 사람들이 회의실에 모여 어떻게 회사 이미지를 만들지 고민하고 방송, 신문, 잡지, 라디오 등 4대 매체에 광고하는 데 많은 돈을 쓰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인터넷과 SNS의 영향으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방된 사회가 됐다. 상품과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는 고객, 회사에 불만을 품은 직원, 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파트너사는 기업에 대한 나쁜 경험에 관해 손쉽게 공유할 수 있고 이는 빠르게 확산된다. 이제는 짧은 고민과 매체 광고로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자포스’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재포스닷컴

미국 최대의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Zappos.com)는 수많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롤모델로 삼는 기업이다. 특히 3년여전 국내에 티켓몬스터, 쿠팡, 위메프 등과 같은 신생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태동할때 자포스를 적극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고 많은 기업 중 왜 하필 자포스였을까?

원인을 생각해보면 자포스의 효과적인 사업전략이나 정교하게 구축된 비즈니스 모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조금 다른 곳에 있다.

많은 기업들이 자포스에게서 배우려고 하는 핵심요소는, ‘행복을 배달하는 회사’를 표방하며 건강한 기업문화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점이다. 진정으로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자포스의 창업자 토니 셰가 기울인 각별한 노력 덕분이다.

토니셰
[자포스 창업자 토니 셰]

우선, 자포스의 남다른 고객관리를 살펴보자.

만약 소비자가 신발을 샀는데 마음이 들지 않으면 “365일” 무료 반품을 신청할 수 있다. 그리고 24시간 운영되는 콜센터를 통해 언제든 불만사항을 토로할 수 있다.

상담원은 통화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고객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 집중한다. 창사 이래 가장 긴 통화시간은 무려 6시간이었다고 한다(어떤 매체에서는 10시간 30분이라고도 한다). 이런 진정성 있는 고객관리로 회사는 고객과 깊은 유대감을 공유하게 된다.

특히, 직원들이 자발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고객들의 불만 및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회사정책만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조직에 대한 주인의식과 애정,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튼튼한 기업문화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자포스 사옥
[자포스 본사]

이를 위해 자포스는 채용과정부터 신경을 쓴다. 신입사원들은 필수적으로 콜센터 업무를 봐야 하고, 현재 회사를 그만둔다면 200만원을 일시불로 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능력만큼 인간성 또한 좋다는 검증이 끝나야 비로소 조직원으로 인정받는다. 그리고 자포스의 핵심가치를 익히며 ‘행복을 배달하는데’ 일조하게 되는 것이다.

파트너사와의 관계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흔히 유통업계에서는 ‘암묵적인 관례’라는 이름으로 바이어들의 횡포와 폐단이 많기 마련이다. 예컨대 연락을 늦게 하거나, 식사대금을 치르게 하거나, 수 틀리면 역정을 내는 식이다. 하지만 자포스는 훌륭한 파트너십이 더 나은 성과를 만든다고 믿고 겸손한 자세를 유지했다.

파트너사에 대한 겸손한 자세는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갑을관계’가 대단히 분명해 심각한 사회적 병폐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다행히, 최근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협력업체에 대한 윤리의식을 강화하거나 ‘상생’에 대한 국민적 정서가 강화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나아가 티켓몬스터와 같은 소셜커머스 기업은 태생 자체가 ‘중소상인과의 상생과 협력’에 뿌리를 두고 있어, 훌륭한 파트너십이 높은 경영성과를 만든다는 사실을 입증해 나가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파트너십

건강한 기업문화 구축에 사활을 건 이유에 대해 토니 셰는, 예전 창업경험에서 좋지 못한 것을 많이 봤기 때문이라고 자서전을 통해 설명했다.

그는 1996년 링크익스체인지라는 온라인 광고회사를 세우고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에 2억6500만 달러(2800억원)로 매각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직원들의 이기주의와 도덕적 해이에 염증을 느꼈고, 스스로도 사업목적이 상실되는 것 같아 괴로웠다고 한다. 적어도 두 번째 창업사례인 자포스만큼은 그러지 않길 바랐다는 것이다.

혹자는 “기업의 존재이유는 이윤창출과 주주가치 극대화인데 너무 순진한 것 아니냐, 더 큰 성장의 기회를 뺏긴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행히 사업전략 측면에서도 이는 ‘신의 한수’였다.

전자상거래 모델의 특징은 판매공간을 가상의 웹사이트로 대체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용이 낮고 바로 거래가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이 치열하고, 사입에 의존해야 하는 터라 수익성이 취약하다.

결국 하나의 쇼핑몰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거래액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이용자 충성도를 높여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브랜드와 고객과의 끈끈한 관계다.

자포스 물류센터
[자포스 물류센터]

브랜드와 고객의 끈끈한 관계. 여기서 자포스는 그 어떤 기업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다. 그리고 닷컴버블과 같은 풍파와 전자상거래 공룡 아마존, 이베이의 독주 속에서도 신발•의류 카테고리 분야의 강자로 군림하며, 버티컬(Vertical) 서비스도 얼마든지 사업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

자포스 실적추이를 살펴보면 2000년 매출 160만 달러(17억원)로 시작해 2008년 10억 달러(1조1000억원)를 넘어서는 등 급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다 2010년 아마존의 기나긴 구애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고 12억 달러(1조3000억원)에 매각됐는데 고용승계와 경영권, 기업문화 유지를 보장받은 것은 물론이다.

당시 아마존의 대표이사 제프 베조스는 매우 기뻐하며 인수배경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동영상을 공개 배포해 눈길을 끌었다.

제프베조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자신의 경영철학과 자포스 인수 이유를 설명하는 모습]

오늘도 SNS 상에서는 특정 기업에 대한 의견과 불만을 나타내는 글들이 돌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의견과 불만들은 빠르게 공유•확산되면서 기업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또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선진국에 진입하면서, 이제는 경영실적이나 마케팅 능력보다 원만한 사회성, 합리주의, 탈권위, 서번트 리더십, 공정성 등과 같은 미덕들이 기업에 대한 선호도를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즉, 어느 때보다 기업문화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들로, 전자상거래 기업은 물론 국내 모든 기업들이 자포스의 성공전략을 한번쯤 곱씹어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자포스의 10가지 핵심가치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 짓는다.

 

1. 고객들이 ‘와우’라는 말을 할 수 있도록 좋은 경험을 선사한다.
2.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추진한다.
3. 재미와 약간의 희한함을 시도한다.
4. 모험정신과 독창적이며 열린 마음을 유지한다.
5. 성장과 배움을 추구한다.
6.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며, 솔직하고 열린 관계를 구축한다.
7. 긍정적인 가족정신을 조성한다.
8. 좀 더 적은 자원으로 좀 더 많은 성과를 낸다.
9. 열정적이고 결연한 태도로 업무에 임한다.
10. 언제나 겸손한 자세를 갖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