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장에는 선도사업자와 후위사업자가 존재한다. 이 둘을 각각 ‘골리앗’, ‘다윗’이라 칭하자. 이들은 각자 뚜렷한 장•단점을 갖고 있다. 골리앗의 강점은 큰 덩치와 강한 힘, 약점은 지나친 자만심과 느린 속도일 것이다. 다윗은 딱 반대다. 덩치와 힘이 부족한 반면 절박함과 빠른 기동력을 갖고 있다.

다윗과골리앗

여기서 하나 흥미로운 점은, 골리앗이라고 해서 다 같은 골리앗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수이긴 하지만 덩치가 크고 힘이 좋은 데다 자만하지 않고 속도까지 빠른 이른바 ‘슈퍼골리앗’도 있다. 이를 만난 다윗으로서는 속된 말로 ‘미쳐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소셜커머스 시장을 이해하고, 앞으로 행보를 전망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전자상거래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해마다 급성장을 하고 있는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 규모는 2013년 50조원을 넘었다. 그러나 아직도 수백조원에 이르는 민간거래 중에서는 극히 일부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아예 없어지진 않겠지만 오프라인 영역이 지속적으로 축소되거나 온라인에 흡수 및 통합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편의성 측면에서 도저히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온라인쇼핑은 지금보다 훨씬 더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전자상거래 시장을 누가 가져갈 것인가. 미국에서는 어느 정도 답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바로 ‘슈퍼골리앗’ 아마존과 이베이다. 이 둘은 각각 1800억 달러(약 190조원), 700억 달러(약 75조원)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며 가장 높은 사업성취를 이룬 e커머스 회사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인터넷기업인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24조원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두 회사의 엄청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아마존과 이베이

물론 이들에 대한 도전과 응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리하고 빠른 ‘다윗들’, 예를들어 신발•의류용품 전문쇼핑몰인 재포스닷컴과 유아용품 전문쇼핑몰인 다이퍼스닷컴이 전문화된 상품기획과 뛰어난 고객관리에 힘입어 한때 약진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둘은 결국 자본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아마존에 인수되고 말았다.

재포스다이퍼스

미국의 원조 소셜커머스 기업이라 할 수 있는 그루폰과 리빙소셜도 초기에는 크게 선전했으나, 아마존과 이베이의 아성을 뛰어넘기에는 아직 더 가야할길이 많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아마존과 이베이는 확고한 ‘슈퍼골리앗’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국내 시장을 살펴보자. 분명 이곳에서도 골리앗이 존재한다. 바로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다. 그렇다면 이베이코리아는 ‘슈퍼골리앗’일까? 이와 관련해 답을 알 수 있는 한 가지 이야기를 소개해본다.

2011년 이베이코리아는 법인이 다른 지마켓과 옥션을 묶으려고 했고, 정부에 기업결합신청서를 냈다. 업계에서는 두 사업체의 시장점유율을 합친 수치는 무려 70% 이상으로 독과점 폐해 가능성이 있을 것을 염려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마켓의 옥션의 합병을 승인했다. 시장지배력이 썩 강력하다고 보지 않은 것이다.

공정위는 그 근거로서 네이버와 같은 이종업체가 발을 들이면 판도변화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 SK텔레콤의 11번가는 2008년 오픈마켓 사업 진출 이후 시장점유율 21%까지 따라오면서 시장 유동성이 크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베이코리아는 미국에서와 같은 ‘슈퍼 골리앗’은 아직 아닌 셈이다.

이는 e커머스 시장에서 무섭게 약진하고 있는 ‘다윗들’, 티켓몬스터, 쿠팡,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기업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즉 시장선도자가 대기업에, 외국계 회사로서 의사결정이 늦다는 점을 파고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e커머스의 최신 트렌드는 ‘큐레이션’과 ‘모바일’로 정리될 수 있다. 이에 대한 소셜커머스 기업들의 현재까지의 대응은 좋은 점수를 줄 만하다. 소비자들은 이제 오픈마켓에서 상품을 찾으려다 나오는 수천개 이상의 혼재된 검색결과에 피로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결국 소비자에게는 ‘시간’도 또 하나의 ‘돈’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소셜커머스는 잘 정리된 상품군으로 고객들에게 재미있는 상품을 고르는 재미, 검증된 상품을 추천받는 재미를 고도화하고 있다. 오픈마켓 사업자가 줄 수 없는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키보드에서 모바일로 쇼핑의 주도권을 옮기고 있는 것도 소셜커머스다. 기술 개발에 끊임없이 투자함으로써 모바일앱 완성도를 강화, 그 어떤 전자상거래 업계보다 높은 모바일 이용률을 일궈냈다. 티몬은 전체 거래액 중 모바일 채널 거래액 비중이 1년새 두배가 넘었고, 지난해 11월에는 57.2%까지 치솟기도 했다. 사람들이 티몬을 이용할때 PC보다 스마트폰을 더 많이 쓴다는 얘기다.

티몬_모바일앱1

이렇게 ‘큐레이션’과 ‘모바일’을 등에 업은 소셜커머스 업계는 지난해 50%에 이르는 성장률을 이뤄내며 주요 유통채널의 하나로 완벽히 자리잡았다. 티켓몬스터와 쿠팡은 연간 거래액 1조를 거뜬히 넘겼고, 위메프도 1조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티몬_1조돌파

물론, 지금 시점에서는 소셜커머스 기업들이 e커머스 시장 패권을 잡는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여전히 갈 길은 남아있고, 언제든지 한눈을 판다면 분위기는 역전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을 ‘적당한 돌맹이를 잡은 다윗’으로는 비유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그 어느해 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2014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소비자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